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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각] 라스트 룰렛(Last Roulette) 02. 본문

Fic/中

[다각] 라스트 룰렛(Last Roulette) 02.

Sov.D 2017. 9. 10. 03:01

http://http://youtu.be/YMqa0ELii2c




[다각] 라스트 룰렛(Last Roulette)

 

 

Written by. Sov.D

 

 

 

 

 

 

 

 

 너에 맞춰 몸이 흔들린다. 꼭 죽은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그랬는데, 몸은 이상하리만치 뜨거웠다. 맞닿을 것처럼 다가온 너의 얼굴에 내뱉은 나의 숨까지도 뜨거웠나. 달의 비명에 흐릿하게 아른거리는 네 뺨이 붉었다. 몽롱히 늘어난 의식의 끈 대신 뚝뚝 끊겨 뱉어진 이름에 넌 어떠한 대답 대신 천에 감긴 솜덩이 위에 기댄 목에서 숨을 삼킨다. 읏. 야릇한 감각에 어깨를 붙든 손에 힘이 들어갔다. 넌 아마 웃고 있는 것 같았다. 봐, 너무 웃어서 이렇게 비까지 내리잖아.

 

 

 

 

 "나, 죽었, 어?"

 

 

 

 

 뜨거운 숨을 내포한 나의 목소리에 너는 답했다. 응. 덤덤히 죽음을 선고한 너의 입술은 목소리가 울린 곳을 찾아 숨을 빼앗고, 떨어졌다. 사람들의 말이 맞았구나. 결국엔 나도 죽게 될 거라던 말. 아, 이곳은 지옥이겠지. 네가 내 안에 있으니.

 

 

 

 

 

 

 

 

 

 

 

 

02.

 

 

 

 

 

 

 눈을 뜨자 보인 건 이미 어슴푸레 동이 튼 하늘이었다. 새벽 5시. 3시간만에 일어난 것이었다. 확실히 저는 잠이 없었다. 아니, 잠이 없어야 했다. 그 꿈을 꾸는 건 분명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창으로 스며드는 여명을 보며 호석은 느리게 눈을 끔뻑인다. 머리가 무거웠고 동시에 외로웠다. 몸을 튼다. 사부작거리는 천 스치는 소리 이후, 눈에 담긴 건 빛이 오른 김남준의 단단한 어깨였고, 베개 아래 깔린 왼팔이었으며, 그 다음은 웅크린 채 고른 숨을 내쉬고 있는 가련한 몸체였다. 이불이 죄 저에게 와있었다.

 

 

 다정함. 제게 김남준은 다정함이었다. 1년만인데, 넌 변한 게 없구나. 호석은 남준의 잠든 몸 위로 이불을 끌어올려 주었다. 스치는 천의 감촉에 남준은 작게 뒤척였다. 턱을 팔꿈치로 받친 채로 저의 다정한 파트너의 어깨에서 검지를 올린다. 손끝으로 너의 온기가 스며 든다.

 

 

 저와 남준이 만난 건 꽤 오래전 일이었지만, 여전히 뚜렷한 기억이었다. 대리석 바닥을 덮은 붉은 융단, 그 위로 올라선 보석들로 빼곡히 뒤덮힌 장식품들. 젖힌 시선 끝, 높고 흰 천장 중앙에서 화려하게 빛나고 있던 황금으로 도색된 샹들리에. 성공적인 거래에 대한 축하 파티였다. 굉장히, 굉장한 파티. 호석은 부디 이 파티가 제가 받을 인센티브에서 까는 게 아니길 간절히 빌어야 했다. 그랬다간 인센티브는 커녕, 빚이나 안 지면 다행인 걸.

 

 

 

 

 "무슨 생각해?"

 "아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어본 거였다고, 홉."

 

 

 

 

 하루의 기력을 다한 호석은 뭐든 다 귀찮을 뿐이었다. 피곤하다는 생각 중이었어, 딘. 잔뜩 힘 빠진 말투였지만 딘은 호석이 대답을 해줬다는 걸로 만족한 듯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호석은 의도치 않은 썩은 미소-왼쪽 입꼬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아 어쩔 수 없던-를 지어 보이며 바로 옆 유리벽에 기댔다. 정확히 하자면 커대한 유리 수조였고. 시야에 들어온 새로운 무언가에 화려한 색채의 열대어들은 하늘하늘 아름다운 꼬리를 흔들며 산호초 사이를 헤엄쳐 다가왔다. 호석은 유리 벽에 기댄 채 곧게 편 검지로 그 궤적을 따라 그렸다. 방금 자신이 헤엄쳐 온 길이라는 걸 잊은 듯 물고기들은 호석의 손가락을 따라 헤엄치고 있었다. 유리에서 손을 떼자 물고기들은 모두 흩어졌다.

 

 

 

 

 딘은 디저트 테이블 가운데 놓여진 딸기, 바나나, 생크림 따위가 얹어진 와플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집어들기 위해 용을 쓰고 있었다. 저는 그냥 1층의 로즈 마카롱을 집었다. 다시 유리 수조를 본다. 물고기는 잠을 잘까. 어떤 물고기는 잠을 자지 않는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래도 괜찮다니…부럽네.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땐 딘은 포기하고 가리비조개 모양의 레몬 마들렌을 집어들고 있었다. 그 모습을 가만 지켜보다 방금 집어든 마카롱을 도로 내려놓는다. 홉, 어디 가! 한 입 베어 문 마들렌을 급히 뱉어내는 딘에 호석은 손을 내젓는다. 바. 술이나 마셔야겠어.

 

 

 

 

 "쿠바 리브레 한 잔이요."

 "라임 대신 레몬 괜찮으신가요?"

 

 

 

 

 라임이나 레몬이나. 별로 상관없지 않나? 갸웃거리던 호석은 곧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의 웃어보인 바텐더는 돌아서서 글라스에 라이트 럼을 넣는다. 호석의 시선은 그보다도 와이셔츠 아래로 드러난 남자의 손목에 꽂혀 있었다. 호석의 입에서 한숨이 짙게 터져나왔다. 롤렉스 데이토나. 이 와중에 또 너라니. 구제불능이었다. 레몬과 콜라로 채워진 글라스 안으로 떨어지는 얼음 소리를 들으며 호석은 눈썹을 찡그렸다.

 

 

 

 

 "롤렉스 데이토나에요."

 "네?"

 "계속 보시길래."

 

 

 

 

 남자는 손목에서 시계를 풀어 저에게 건넸다. 손에 쥐여진 미지근한 듯 차가운 금속성의 느낌에 몸을 살짝 떤다. 이걸 왜…. 어정쩡한 얼굴로 남자를 쳐다본다. 남자의 시선도 저를 향하고 있었다. 이윽고, 남자의 입술이 벌어졌다.

 

 

 

 

 그쪽, 위로해주고 싶은데

 

 

 

 

 위로. 그래, 김남준은 정직했고 그 '위로'라는 것에 소질이 있었다. 마카오에서의 남은 밤들을 김남준의 침대에서 보냈을 정도로.

 

 

 문득 정신없이 흔들리던 어제의 시야와 파고들던 입술의 감촉을 떠올렸다. 뒤늦게 찾아든 갈증에 몸을 반쯤 일으킨다. 원탁 위에는 어제 마시다 만 와인이 잔에서 조용히 숨 죽이고 있었다. 윽. 호석의 얼굴이 구겨졌다. 미적지근한 레드 와인은 최악이었다. 맛을 느낀 혀보다 지난 밤의 물결을 느낀 잇몸에 더 소름이 돋는다. 같은 하룻밤이었는데 왜 이 와인은 나와 같을 수 없는 걸까. 급히 입을 헹궈낼 물을 찾으면서도 호석은 그런 생각을 했다. 우습게도, 와인이 불쌍하다고 느꼈다. 김남준은 다정한 저의 파트너였다.

 

 

 어, 그러니까, 섹스 파트너-.

 

 

 마카오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눈을 떴을 때, 저의 옆은 비어있었다. 특별히 불안할 것도 없이 욕실 문 너머로 물 소리가 들려왔다. 뻐근한 몸 위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침대에 걸터앉는다. 어젯밤 달빛에 젖어 정신 없던 것 치곤 침대는 꽤나 단정한 모습이었다. 다만 남준의 베개만이 비뚤어져 있었다. 호석은 손을 뻗어 베개를 집었다.

 

 

 

 

 "이게…."

 

 

 

 

 침대 시트 위로 소리가 울렸다. 툭. 호석은 제 눈에 들어온 이 차가운 금속 덩어리를 어떻게 봐야할지 알 수 없었다. 호석의 손 끝이 잘게 떨렸을 때, 욕실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분명 아침 인사를 건네려 했을 남준의 표정은 부드럽게 풀어져 있었다. 자신을 향하고 있는 총구를 보곤 당황한 듯 이상한 표정이 됐지만.

 

 

 

 

 "아, 호석씨 그,"

 "뭐에요, 그쪽?"

 "…섹,"

 "그거 묻는 거 아니에요."

 

 

 

 

 호석의 단호한 말이 남준의 말을 잘랐다. 침이 마르는지 호석은 연신 혀로 입술을 훑었다. 총구는 여전히 남준의 가슴팍 어딘가를 가리키며 고정되어 있었다. 어쩌지. 따라 입술을 훑은 남준은 웃어보이며 말했다. 일단 총을 내려보는 건 어때? 도리질치는 호석에 남준의 웃음에 힘이 없어졌다.

 

 

 

 

 "이러려고 부른 건 아니였는데,"

 

 

 

 

 남준은 덜 마른 머릴 긁적였다. 기절한 호석의 뒤엔 김태형이 선글라스를 반쯤 내린 채 멋쩍게 웃고 있는 남준을 바라보고 서있었다. 목에 두른 블루 계열의 수건이 축축했다.

 

 

 호석은 어쩐지 뒤통수가 아려오는 기분에 머리를 어루만졌다. 눈을 떴을 때 마주한 천장의 주광색 전등. 조금 아리던 뒷통수. 문 소리. 미간에 닿던 차가운 금속성의 총구. 선택해. 울리던 김남준의 목소리. 그 와중에 부드럽던 눈빛은 이미 내 선택을 알고 있었더라지. 호석은 세상 모르게 자고 있는 남준에 눈을 흘겼다.

 

 

 

 

 "일어났어?"

 

 

 

 

 너의 목소리가 코앞에서 울렸다. 호석은 어깨 위로 미끄럼 타던 손가락을 멈추고 되물었다. 잘 잤어? 남준은 고개를 끄덕인다. 넌? 나도. 그 대답을 하며 호석은 대충 합리화를 했다. 뭐, 잘 잤다고 해두자. 그리고 귀신 같은 김남준은 눈을 가늘게 뜨곤 되물었다. 진짜?

 

 

 

 

 "응. 그래서 다시 돌아왔잖아. 너만한 사람 없어서."

 

 

 

 

 키들거리며 웃는 호석을 보는 남준은 묘한 표정이었다. 어, 진짠데?! 억울하다는 듯 입을 삐죽이는 호석에 남준은 결국에 푸스스- 바람 빠지는 소릴 내며 웃는다. 정말 네가 돌아왔구나.

 

 

 

 

 "눈 부었네."

 "그야 방금 일어났으니까…."

 "귀엽다."

 "무, 뭐?"

 "좀 더 자. 이따 다시 얘기하고."

 

 

 

 

 가볍게 와닿는 입술에 호석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남준의 웃음 소리가 낮게 울렸다. 호석의 뺨을 톡톡. 두드려준 남준은 깔고 있던 왼팔로 지탱해 몸을 일으킨다. 남준의 그림자가 진 하얀 시트 위로 이불이 떨어지며 제법 폭신한 소리가 났다. 문 닫힌 욕실에서 물 소리가 날 때까지 호석은 눈만 끔벅이며 멀뚱히 앉아있었다. 까칠한 입술이 닿았던 검지로 입술을 매만진다. 아무래도 1년은 생각보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던 것 같았다고, 호석은 생각했다.

 

 

 남준은 욕실에 들어간 지 한참만에 샤워기를 들었다. 그동안에도 욕조 안으로는 계속해서 물줄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남준은 찬물로 샤워를 하지 못했다. 여름의 습함이라든가 운동 후의 열기에 샤워기를 든다해도 몸을 적시는 건 그와 같은 온도의 물줄기였다. 남준은 그걸 그리 안타깝게 여기지 않았다. 채워지지 않은 욕조 안에 고인 물에 발을 찰박이길 좋아하는 저였으니까. 손에 들린 배스 볼은 어느새 코코넛 향 거품을 뿜어내며 몸집을 불리고 있었다.

 

 

 사실 이례적인 일이었다. 남준은 항상 정사가 끝난 뒤에 바로 샤워를 했으므로. 샤워를 하면 노곤함에 잠이 온다고들 하던데 제겐 딱히 해당사항이 없었다. 오히려 샤워 후엔 잠이 깼고 그래서 호석과의 섹스 후엔 항상 샤워를 했다. 남준은 침대 맡에 앉아 곤히 잠이 든 호석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걸 좋아했다. 무슨 꿈을 꾸는 건지 잠에 들어서는 늘 구겨져 있는 미간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펴는 것도 좋아했고. 아, 이건 호석은 모르는 비밀이었다.

 

 

 남준은 쉐이빙 크림을 잔뜩 바른 채 일회용 면도기와 말보로 골드 한 개피를 동시에 집어 들었다가 말보르를 선반에 내려놓았다. 섬세하지 못한 손길에 말보르는 축축해졌다. 언젠 목이 아플 정도로 피워대던 담배였으나 이젠 그 어떠한 흡연 욕구도 들질 않았다. 문득 김태형이 떠올랐다. 반년 전, 독한 위스키 위로 줄담배까지 피워내고 있던 저를 비웃던 그 얼굴. 화를 내지도, 그 어떤 부정의 말도 입 밖으로 내지 못하던 나는 결국 인정해야 했다. 불순한 목적의 가짜 바텐더. 지친 얼굴의 남자. 위로라는 명목으로 그의 손을 이끌며 한 생각들. 더이상 계산적일 수 없던 제 자신.

 

 

 

 

 그러니까, 김남준이 정호석을 사랑한다더라 하는 그런, 결론.

 

 

 

 

 면도를 마치고 남준은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나신 위에 배스 로브를 걸쳤다. 욕실 앞 러그에 발을 문지르며 본 침대에선 호석이 얕은 잠에 꾸벅꾸벅 고개를 담그고 있었다. 호석아-. 다가가 흘러내린 머리칼을 정리해주면 곧 눈을 뜨는 그 모습에 남준은 숨을 멈추고 눈썹 밑을 꾹 눌렀다. 곧 욕실 문 뒤로 사라지는 동그란 뒷통수를 보며 남준은 글라스를 든 오른손을 천천히 돌렸다. 잔의 투명한 유리벽을 타고 호박색 액체가 파도쳤다. 감히 파도 속에 제 발로 걸어들어간 남자는 빠져나올 길이 없었다.

 

 

 

 

 

 

 

 

 

 

*

 

 

 

 

 

 

 

 

 

 "김남준에게 계란 후라이를 맡기는 날은 노른자를 포기하는 날이라는 뜻인데-."

 

 

 

 

 막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남준은 배스 로브를 입은 채로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고 호석은 웃으며 말했다. 옛날 생각에 장난식으로 한 말이었는데 남준의 어깨가 크게 떨렸다. 오…. 너머로 보이는 처참한 현장을 본 호석은 눈썹을 뉘였다. 1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걸 보니 가망이 없는 모양이었다.

 

 

 

 

 "아, 그, 달걀이 상태가 안 좋네. 이건 내가 먹으려고."

 

 

 

 

 그런 호석의 생각을 읽은 듯 뭔가 열심히 변명하는 남준의 목소리에 응응. 대충 대답을 한 호석은 부은 눈을 부비며 토스트기에 식빵 두 쪽을 넣었다. 그렇게 잠깐 침묵이 흘렀다. 남준은 계속해서 호석의 눈치를 보다 호석 앞으로 우유가 담긴 잔을 밀어 넣는다. 호석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짜식-.

 

 

 

 

 "그래서 지금 완전히 돌아온 거야?"

 "응."

 "왜?"

 "왜냐니. 아까 말했잖아. 너 보고 싶어서 왔다니까?"

 "진지하게 묻는 거야. 얼른."

 

 

 

 

 안 통하네-. 따르던 팩 우유까지 내려놓고 답을 재촉하는 남준에 호석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고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여기가 내가 있어야 할 곳 같아서."

 "……."

 "돌아오려고 떠났어."

 

 

 

 

 호석은 지난 1년을 떠올렸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부모님, 누나. 만나지 못한 사람은 없었다. 늘 꾸는 악몽 따윈 생각할 필요 없으니까. 호석은 그을린 식빵의 표면을 포크로 긁어내며 중얼거렸다. 정말. 정말로.

 

 

 

 

 "…거기선 잘 지냈어?"

 "빨리도 물어본다?"

 

 

 

 

 남준은 멋쩍게 웃었다. 그런 남준을 바라보다 그냥 웃었다. 조금은 오바스럽게. 호석은 무언가를 피하고 있었다.

 

 

 

 

 "그보다 라 페레그리나라고 들어봤어?"

 "라 페레그리나?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진주 목걸이 아니야? 그 할리우드 전설적 여배우."

 "빙고. 어, 정확히 말하면 과거형이지. 2011년 경매에서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갔으니까."

 

 

 

 

 무려 1천184만달러에. 낙찰가를 말하는 호석의 표정이란 꽤나 벅차보였다. 남준은 픽-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별로 안 땡기는데?"

 "뭐? 왜?!"

 "당장 저 거실에 걸려있는 그림이 1억7940만 달러라고.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리의 여인들'이잖아."

 "내 선물을 팔 셈이야?"

 

 

 

 

 기겁하며 저를 쳐다보는 호석에 남준은 애처럼 웃었다.

 

 

 

 

 "농담이야. 그게 어디 있는데?"

 "라스베가스."

 "서부네. 티켓은?"

 "그거 수락의 의미지?"

 "좀더 들어보고."

 "아, 장소는 리베르타 호텔이야."

 "Libertar? 자유?"

 "응. 그 리베르타 맞아. 이번에 화영린에서 새로 지은 호텔이야. 오픈은 아직이고."

 "화영린이라니?"

 "응. 화승화(和勝和) 파생 조직이야. 홍콩이랑 마카오 계열."

 

 

 

 

 잠깐만. 뭐라고? 남준은 제 귀를 의심했다.

 

 

 

 

 "뭐가?"

 "방금 뭐라고, 화승화?"

 "응. 화승화."

 

 

 

 

 '응, 화승화.'라니.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잖아. 남준은 머리를 짚었다.

 

 

 

 

 "1년 동안 내가 뭘했다고 생각해? 걱정할 것 없어. 우리가 상대하는 건 화승화(和勝和)가 아니라 화영린(和榮鱗)이야."

 "신생조직이래도 벌써 건물 올리고 그러는 걸로 봐서는 만만치 않아. 저력이 있다고."

 "그런 말 있잖아. 적의 적은 아군이라고. 화승화은 우리의 편이 되어줄 거야. 원하든 원치 않든."

 

 

 

 

 그러고 보니까, 저것도 벌써 2년 전인가? 호석은 남준의 뒤로 보이는 노란 장미 그림을 응시했다. 정확히는 그 뒤에 숨겨진 금고 속 보석을. 남준은 가만히 침묵하고 있었다. 그런 남준에 호석은 생긋 웃으며 말했다. 라스베가스로 가자. 그 새로 지어진다는 호텔에 가서 경매에 올리는 거야. 턱을 괴고 고개를 삐딱하게 한 모양이 꼭 꽃받침 같아 남준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호석은 어깨를 으쓱하며 따라 웃어버렸다. 남준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비행기 티켓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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