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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각] 라스트 룰렛(Last Roulette) 01. 본문

Fic/中

[다각] 라스트 룰렛(Last Roulette) 01.

Sov.D 2017. 9. 10. 02:45

BGM: http://youtu.be/9Td5oyvoV-4


[다각] 라스트 룰렛(Last Roulette)

 

 

Written by. Sov.D

 

 


 

 

 

 

 

 매튜는 오늘도 어김없이 회색 러그 위로 가지런히 놓인 신발 두 짝 위를 굴렀다. 그엑! 그의 입에선 괴상한 소리가 튀어나왔고 동시에 매튜는 안심했다. 밑에 깔린 신발으로 보아하니 분명 레이나의 집은 아니였다. 다시한번 술에 취해 그녀의 집에 갔다가는 그녀의 새 남자친구라는 경찰 나부랭이의 테이저건에 무참히 지져졌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다행히 매튜는 자신의 저택에서 자다깼고, 그의 괴상한 외침은 저택을 뒤흔드는 요란한 경보음에 묻혔다. 한참을 멍하니 바닥에 누운 채로 경보음만을 듣던 매튜는 쑤시는 허리를 왼손으로 문지르며 도로 침대 위로 올라갔다. 그건 구름에서 벗어난 작은 빛에 구원받은 저의 회색 신발을 발견한 이후였다. 매튜는 이불 위에서 퀭한 눈을 느리게 끔벅이다 저 망할 비둘기는 또 언제 나갈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틀 밤을 설친 덕에 그에겐 더이상 소리 지르며 성질을 부릴 기운조차 없었다.

 

 

 

 

 며칠 전, 나무가 건물 쪽으로 넘어갔다. 정원사의 실수였다. 어린 나무라 건물이 무너졌다든지 창문이 깨졌다든지 하지는 않았고 대충 보기에 멀쩡해서 매튜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리고 그날 밤 이 저택에 살게 된 지 6년만에 처음으로 경보가 울렸다. 자던 중 놀라 당장 뛰쳐나간 매튜가 본 것은 하얀 비둘기였다.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 주위를 배회하는 새하얀 비둘기. 기다란 막대를 휘둘러 그 비둘기를 쫓아내는 데에 성공했을 때, 매튜는 비로소 알아차렸다. 천장과 맞닿아 있는 창문의 나사가 빠진 것이다. 30년 된 저택의 천장은 높았고 매튜는 업체를 불러야 했다. 그리고 그날은 금요일이었다. 덕분에 매튜는 끔찍한 주말을 보내야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귓전을 때리던 경보음이 멈췄다. 비둘기가 날아간 모양이었다. 그 요란한 소리가 여전히 귓속에서 울리는 듯한 기분에 매튜는 옆에 있던 베개로 귀를 틀어 막았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는 대로 당장 수리공을 부르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그날 아침, 매튜는 비명을 지르며 경찰서로 가야했다.

 

 

 

 

 

 

 그림이 없어졌다.

 

 

 

 

 

 

 

 

 

 

01.

 

 

 

 

 

 

 "여기는 원래 이렇게 시끄러워?"

 "보통? 8할은 저 인간 때문이야. 늘 별것도 아닌 걸로 소란이라고 제이슨이 굉장히 진저리치던 걸? 나도 자료 넘겨 받으러 올 때마다 귀 아프다니까. 매튜? 매튜랬던 것 같은데."

 

 

 

 

 건너편 도넛집에서 산 설탕 범벅의 도넛을 건네는 윤기의 얼굴은 잔뜩 구겨져 있었다. 그런 윤기가 익숙한 듯 베인은 수다스럽게 말을 받으며 굉장히 설렌다는 표정으로 건네받은 도넛 박스를 열었다. 윤기의 시선은 그런 베인보다 테이블 하나 너머의 매튜라는 남자에게로 향했다. Burglar, House, Last night. Pigeons. 한껏 격양된 목소리로 발음되어지는 단어들이었다. 오늘은 별것도 아닌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근데 비둘기라니. 애완 비둘기 같은 게 있던가. 창을 통해 들어온 햇빛이 밝아 눈을 깜박인다. 윤기, 또 이거. 스트로베리칩 박힌 걸로 사오라니까-. 윤기의 상념 뒤로 베인의 투정이 이어졌다. 전혀 신경쓰지 않는 윤기였지만.

 

 

 

 

 "그거 다시 닫아, 베인. 네가 당장 본부로 가야한대서 사온 거였잖아. 핫도그는 이제 질려서 싫다며."

 "서류 작업이 밀려서 며칠째 식사가 계속 핫도그라고! 게다가 하나 정돈 괜찮잖아. 이것 봐, 사람이 쉬어가면서 일을 해야지! 윤기는 여유도 없고 너무 예민해! 상부에서도 계속 Min은 어째서 휴가를 쓰지 않는 거냐고 물어본다고. 정말 어째서야?!"

 "베인, 차키 어딨어?"

 "백팩에! 이번에 이태리로 여행 갔을 때 산 거야. 그게 5달러라면 믿겨져?"

 "아마도. 구멍이 나 있는데."

 "뭐?! "

 "……."

 "윤기! 이거 단추 구멍이잖아!"

 

 

 

 

 아, 그래? 재잘대는 베인에 대충 대답해주며 윤기는 포드 플렉스의 문을 열었다. 운전은 자연스럽게 윤기가 맡았다. 베인은 조수석에 앉자마자 도넛 박스를 재개봉했다. 설탕옷을 입은 도넛에선 지독히 달콤한 냄새가 났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아, 부국장님 호출이야. 정확히는 모르겠어."

 

 

 

 

 대답을 하는 베인의 입가는 이미 녹은 설탕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근데 정말 윤기는 휴가 안 가?"

 "이번 겨울에 가려고."

 "간다고? 어디로?"

 "한국.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서."

 

 

 

 

 만나줄 지는 모르겠지만. 윤기는 조용히 뒷말을 덧붙였다. 베인은 아마 욕일 거라고 생각했다. 아닌 게 아니라 윤기가 한국말을 하는 건 욕할 때가 대부분이었다. 그 외엔 늘 영어로 말했다. 당연한 얘기였지만.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베인의 갈색 머리가 흐트러졌다.

 

 

 

 

 차는 달렸고 베인이 세 번째 도넛을 집어들었을 땐 이미 FBI 뉴욕 지부 앞이었다. 막 도넛을 깨문 베인에게 차키를 건넨 윤기는 건물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구두 소리가 바삐 울리는 복도를 걸어 부국장실 문을 연다. 이미 윤기가 온다는 연락을 받은 듯 저를 향해 고갤 끄덕이곤 악수를 건넨다. 손이 떨어지고 윤기는 악수하느라 꽂꽂히 세운 허리에 힘을 빼며 의자에 앉았다. 의자 끄는 소리가 멈추자 그는 말을 시작했다.

 

 

 

 

 "아마 오는 길에 '새로운 뉴스'에 대해 베인 레오르에게 들었을 거라고 생각이 되는데, 맞나?"

 

 

 

 

 오랜만에 듣는 베인의 풀네임이 참 어색하다고 생각하며 윤기는 고갤 내저었다. No, sir. 윤기의 대답에 그는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듯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것 참 유감이군. 윤기는 부국장을 대면할 때마다 느껴지는 서늘함의 이유를 어쩐지 알 것 같았다.

 

 

 

 

 "화승화(和勝和) 내에서 알력 다툼이 있었다는 건 당연히 알테고? Min이 지금 그 자리에 있게 해준 게 바로 그 사건이었으니까. 자네가 맡은 첫, 아니 두번째 케이스이기도 했고."

 

 

 

 

 정확히 하자면 세번째 케이스였지만 윤기는 굳이 정정하지 않았다.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서류철을 펼치자 흑백 프린팅 된 지도와 누군가의 사진, 사진 속 남자의 것으로 보이는 신상 정보가 적힌 종이 몇 장이 스템플러 심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화승화(和勝和). 다른 말로 워싱워. 분명 중국 조직임에도 FBI까지 나선 건 그들이 속한 삼합회(三合會)의 영향력이 중화권에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미국 내 조직과의 마약 거래는 너무도 당연한 말이었고 조직 자체가 아예 미국 본토로 넘어와 활동 중에 있었다. 조직 간의 충돌이나 불법 이민 등에도 외교적 충돌에 대한 우려로 FBI도 감시만 할 뿐 특별히 힘을 쓰지 못하는 형국이었다. 삼합회가 중국 정치권에까지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으니까. 그러던 중 조직 내 알력 다툼이 있었고 몇몇이 화승화에서 독립되어 나오게 되었다. FBI는 그 기회를 물었고, 나름 성공적이었다.

 

 

 윤기는 부국장의 검지에 깔린 arial 폰트의 '和勝和'를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곧 그의 말이 이어졌다.

 

 

 

 

 "성공적으로 처리한 게 슬프게도 아주 일부에 불과하단 건 Min 자네도 알겠지. 그 케이스 이후로도 우린 계속해서 행방을 좇았네. 그리고 마침내 찾아냈지."

 

 

 

 

 제크리 솔프, 에들린 게일, 션, 그리고 판 린. 그들 이름 아래로 적혀진 말줄임표는 그들이 다가 아님을 알리고 있었다. 그의 손 끝이 매끈한 종이 위 이름들을 차례로 훑었다. 종이 스치는 가벼운 소리가 났다. 그의 말로, 새로운 뉴스란 화영린(和榮鱗)이라는 신생 조직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윤기의 미간이 미미하게 찌푸려졌다. 서류철을 옆으로 치워내자 A8 크기 정도의 종이 책자가 드러났다. 짙은 바이올렛 색 표지. 경매 카탈로그였다. 사이엔 인화된 사진 두 장이 끼워져 있었다.

 

 

 

 

 "MGM 소유 호텔에서 진행하는 경매네. 그래, 지도에 표시된 곳들말일세. 사진은 에들린 게일. 그는 뒷세계 인물은 아니야. 이용할 뿐이지. 덕분에 꼬리를 숨길 줄 몰라. 아니, 숨겼다고 생각했을지도. 표시된 곳이 에들린이 최근 컨텍한 곳이야. 아마 이곳들 중 하나에서 경매가 열릴 거야."

 

 

 

 

 벨라지오, 뉴욕 뉴욕, 맨덜레이 베이, 미라지…. 지도가 나타내고 있는 건 미국 서부, 라스베가스였다. 광범위한 흑백 지도 위로는 빨간 마카로 찍은 듯한 점들이 다섯 정도 찍혀 있었다.

 

 

 

 

 "정보는 새로 갱신되는 대로 업데이트해주겠네."

 "네."

 "우리 지부로 연락이 온 이유는 자네 때문이라는 게 나와 국장님의 판단이야. 그때 보여준 실력 외에 다른 임무들도 성공적으로 수행해왔으니 자격도 충분하고. 이번 일은 신중해야 할 거네. 뭐, Min 자네라면 알아서 잘 해주겠지만. 티켓은 여깄네."

 

 

 

 

 부국장의 응원 아닌 응원을 받고 자리로 돌아온 윤기는 손에 들린 비행기 티켓부터 살폈다. 『JFK > LAS.』 9시 30분편. 일주일 뒤였다. 사실 특별히 챙길 짐도 없었기에 시간은 넉넉했다.

 

 

 

 

 "Min, SILK WAY 사건 파일 어딨지?"

 "SILK WAY? 그거 종결된 사건 아니였나?"

 "Yes. 신입이 찾네?"

 "아, 케빈한테 있을 걸."

 

 

 

 

 그래? 답을 들은 베인은 도로 몸을 틀었다. 신입에게 케빈이 누구인지 알려주려는 것인지 검지로 열심히 어딘가를 가르켰다. 윤기는 그 장면을 가만 보다가 바이올렛 색 커버의 경매 카탈로그를 펼쳐들었다. 표지 뒷편엔 짤막한 인삿말이 서명과 함께 기재되어 있었다. 참가 자격은 이 카탈로그를 댁으로 받으신 모든 이들인 듯 했고, 일시는, 토요일 11:00 PM.

 

 

 

 

 * 场地 : 饭店

 

 

 

 

 이 대목에서 윤기의 얼굴이 팍 구겨졌다. 장소=호텔이라니. 나름대로 보안이겠지만 윤기의 입장에서는 그저 짜증나는 수작일뿐이었다. 게다가 책자를 넘기는 와중에 보이는 몇몇은 현상금까지 걸려있는 도난작이었다. 이 부분은 또 어찌해야 하는 건지. 윤기는 머리를 짚었다.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별 도움도 되지 않는 몇 장의 자료를 뒤적이던 중 책상이 요란한 진동에 휩싸인다. 716 - 1217 - 0613. 모르는 번호인데. 갸웃대다 전화를 받았을 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익숙한 이의 것이었다.

 

 

 

 

 "신입?"

 

 

 

 

 Ye, Yes. 어쩐지 잔뜩 긴장한 듯 말까지 더듬는 신입이었다. 같은 건물 내에서 왜 굳이 전화를 해야했단 말인가. 윤기는 표정관리를 하며 답했다. 그래, 무슨 일인데.

 

 

 

 

 - 그게, 우선 늦어서 죄송합니다.

 "뭐?"

 - 지금 택시를 타고 가고 있습니다. 죄송합….

 

 

 

 

 윤기는 이어지는 말을 더이상 듣지 못하고 수화기에서 귀를 뗐다. 방금 전까지 저와 대화를 나눈 이는 누구란 말인가. 혼란스러움과 저를 감싸오는 쎄한 기운에 윤기는 지체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끊기지 않은 수화기에선 신입의 목소리가 웅웅 울리고 있었다.

 



 

 바지 주머니로 울리는 진동에 서둘러 USB를 제거하고 곧장 엘레베이터로 향한다. 김태형에게 신호가 온 걸로 봐서 이 얼굴의 주인이 택시에 탄 모양이었다. 소식이 전해졌으려나. 습관적으로 휘파람을 불기 위해 입을 오무렸다 그만둔다. 띵-. 명쾌한 소리가 울리고, 1층이었다. 역시 빠르네. 그대로 여유롭게 걸어 건물을 나선다. 사실 걸음걸이를 연기하느라 속도가 나지 않는 것이었지만. 두 블록 정도 걷자 미리 봐둔 골목이 보인다. 골목으로 들어선 남준은 귀 뒤 어딘가를 더듬으며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었다. 곧장 좌측으로 보이는 문으로 들어간다. 카페 창고였다. CCTV는 없었고 대신 자물쇠가 있었다. 지금은 부서졌지만. 남준은 분장을 떼어낸다. 한두번이 아닌데도 손에 들린 실리콘과 라텍스 덩어리 얼굴을 볼 때면 늘 이상한 기분이었다. 그건 분장 뒤에 거울을 볼 때의 생경함과는 또 다른 것이었다. 주머니 속에서 다시한번 울리는 진동에 급히 푸대자루 뒷쪽에 손을 집어 넣는다. 잠입 전에 넣어둔 가방이었다.

 

 

 

 

 "거기 엘레베이터만큼 빠르네. 뭐 벌써 달려나와."

 

 

 

 

 옷을 벗어 준비해둔 가방에 구겨 넣는다. 뜯어낸 분장도 함께. 거리에 얼굴이 널부러져 있다면 그것만큼 괴기스러운 것이 있을까. 가방을 한쪽 어깨로 들쳐 매고 거리를 나섰다. 신세를 진 작은 카페에서 산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차 정산기 위에 잠시 올려두고 페라리 488 스파이더의 매끄러운 흰색 보넷에 올려둔 주차권을 뒷주머니에 대충 쑤셔넣는다. 3시 53분. 1시간 하고도 10분 쯤 지난 시각이었다. 2시간짜리를 끊어놓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차키에 달린 버튼을 누른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자 울리는 페라리 특유의 엔진소리를 들으며 하드톱을 열었다. 휘파람을 불며 핸들을 돌린다.

 

 

 

 

 "오랜만에 움직이니까 찌뿌둥하네."

 

 

 

 

 복잡한 오후의 뉴욕 시내를 벗어나고서야 제대로 엑셀을 밟았다. 광풍에 흔들리는 앞머리를 정리하다 손 끝에 감아둔 밴드를 뗀다. 급히 계획한 것이라 조약했지만 밴드 덕에 내부 어디에도 지문이 남지 않았을 것이었다. 컵홀더 안에 던져둔 64GB짜리 검정색 USB를 무심히 바라본다. 저의 잠입을 알아챈 이상 이들은 제가 USB를 꽂은 데스크탑을 어찌하겠지만, 별로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 USB 안에는 아무것도 없는 걸. 남준이 한 것이라면 그 바로 옆 테이블 나사 틈에 마이크로 도청 장치를 삽입한 것이었으니까. 스위스에서의 활동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돌아오던 비행기 안에서 생각하고 계획한 일이었다. 앞으로 어찌되든 도움은 되겠지. 슬슬 속도를 줄일 때가 되어서야 김태형에게 연락을 한다.

 

 

 

 

 "어, 도착. 가게는 여전한가? 너 찾아 오는 손님들 많았잖아. 언제 한 번 'Stigma'에 들를게. 오랜만에 맥스한테 젝콕이나 한 잔,"

 

 

 

 

 남준은 말을 멈췄다. …잠시만, 이따 다시 연락할게. 통화를 끊고 걸음을 늦췄다. 비어있을 제 집 창문 너머로 어쩐지 불빛이 보였다. 현관 번호키를 누르려던 검지를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다 다시 발길을 돌려 세워뒀던 페라리로 향한다. 기왕이면 깔끔한게 좋겠지. 차에서 꺼내든 베레타M195의 탄창은 가득 차있었다. 도무지 누군지 모르겠네. 입속말로 중얼거린 남준은 당장이라도 져격할 수 있는 폼으로 번호키를 눌렀다. 문이 열렸음을 알리는 경쾌한 소리가 들리는 즉시 문을 훽 열어젖혀 몸을 숨겼다. 그리고 적막. 남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뭐지. 잔뜩 경계하며 복도를 걷는데 그 무엇도 없었다. 어쩌면 제가 불을 켜놓고 간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순간, 그가 마주한 건 거실 벽의 반을 가린 채 걸려있는 유화였다. 다채로운 색체,  다양한 방향에서 바라본 여성의 부분부분들, 그것들이 복잡하게 겹쳐있는 모양새. 꼭 피카소의 그림 같다고 생각한 순간 코 끝으로 아득하고도 익숙한 체향이 닿아왔다.

 

 

 

 

 "서프라이즈."

 

 

 

 

 

 

꼭 1년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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